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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서-정보98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작가 : 무라카미 하루키 장르 : 장편소설 옮김: 홍은주 1부 한 소녀가 당신 인생에서 흔적 없이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너를 만나러 도시의 둘러싼 벽안 쪽을 따라 걷는다. 형상을 그리며 적으며 걸음수를 기준으로 거리를 잰다. 군데군데 폐가나 다름없는 집들이 눈에 띈다. 비바람에 지붕이 내려앉고 유리창은 깨지고 벽은 허물어져 있다. 집터만 남아있는 곳도 있고 원형이 온전히 보존된 건물도 있고 다 쓰러져 가는 집들도 있고 안이 텅 빈 건 아니라서 가구나 집기도 남아있고 먼지가 두껍게 쌓이고 습기를 먹어 반쯤 썩어 있다. 어느 시점 무언가에 쫓기듯 가재도구도 챙기지 못한 채 황급하게 이도시를 버리고 떠난 흔적, 버려진 무인의 땅을 걷는다. 벽의 현상을 공책에 기록하고 더욱이 벽은 나의.. 2023. 11. 4.
부부란 평생원수일까 천생연분일까 부부란 평생원수일가 천생연분일까 별채가 있어서 별채에 가고 있다. 오전에는 은행업무와 병원에 들르는 일을 마치고 몇가지 화분을 정리하려고 별채에 가고 있다. 배가 고파 생고기 비빔밥 한그릇씩 뚝딱 챙겨 먹고 단감을 사들고 사이좋게 별채에 가고 있다. 남편에게 전화가 온다. 스피커폰으로 받는다 자동차 보험 회사 일까? "사장님 ~ 혹시 추가 다른 인원이 운전한다고 신청했나요?" 설정이 되어있다고 묻는다. 남편은 신청한적 없다고 말한다. 또 스피커 건너편에서 들러오는 목소리 시월 이십삼일은 신청했었고 또 신청하지 않으셨어요? 신청한 적 없다고 왜 신청되어있냐며 결제가 되었냐며 묻는다. 결제는 되지 않았다고 목소리가 들린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누가 운전을 했다냐' 하고 통화가 끝나자 내가 물었다. 자기 .. 2023. 11. 3.
할아버지의 유품 삼오제를 지내고 고모와 고모부 큰아빠 두 분과 아빠와 엄마 그리고 작은 아빠 그리고 할머니 고모와 고모부가 사 온 소고기와 목살을 구워 맛있는 점심식사를 나눴다. 양파와 고추 그리고 마늘 그리고 더 매운 청양고추 맛이 알싸한 배춧잎을 씻고 갓도 두잎 씻고 작게 찢고 소금에 참기름을 두르고 재래된장을 준비하고 마늘을 얇게 썰고 양파도 굽는다 짜장과 탕수육을 먹자고 했던 우리는 함박웃음을 짓는다. 할아버지의 시계 유품으로 간직하겠다. 시계수리점에 가서 시계줄을 줄이고 손목에 찬 시계가 번쩍 거린다. 할아버지의 유품을 몸에 지니고 정신바짝 차리고 잘 삽시다. 2023. 11. 2.
얼레에서 연줄이 끊기지 않아 겪어지는 일 얼레는 연줄을 감는데 쓰는 기구이다. 연줄은 연을 매어서 날리는데 쓰는 실이다. 연줄이 끊기듯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고 있다. 어라, 아차! 끊어진듯 했던 연줄은 얼레에 의해서 가까이 감겨지고 있다. 얼레에서 연줄을 풀고 바람따라 자유롭게 나르는 순간 얼마나 좋았던가 바람이 심하게 불 때면 연의 자유로움이 놀랜다 바람의 싸늘함에 바람의 변덕에 바람의 싸나움에 바람의 배신에 언제나 다행인 것은 연줄이 끊어지지 않아서 너무 다행인가 연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연줄이 끊어진듯 자유롭기만 했던 무심히 끊어진 듯 했던 연줄의 끝이 감긴다 감긴다 얼레를 쥐고 있는 나의 사랑하는 주인이 얼레를 손에 쥐고 감는다 아쉽다 이 자유로움을 주인덕에 맛보았노라고 만끽했노라고 스스로 돌아와 생긋 방긋 하려고 했지만 얼레를 감.. 2023.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