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아주 오랜만이다.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수영장을 찾았다. 물의 수위는 가슴을 넘어 세 골까지 찼다. 물의 온도는 적당했다. 차지 않은 적당한 물의 온도는 만족감을 느끼게 했고 행복감이 차오를 만치 좋았다. 심한 락스 냄새도 나지 않았다.
조카가 준 티겟으로 방문했던 터라 처음 찾아간 곳이었는데, 남부대학교 내에 있는 수영장이다. 많이 낯설었다. 많이 낯설었지만 , 모르는 것은 물어가며 자유수영 레일을 찾아가 첨벙거렸다.
헛발길을 하지 않도록 수영장을 방문하기 전에 전화를 해보았는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가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바람 샐 겸 드라이브한다 치고 오늘 운영을 안 하면 스타벅스에 들려 커피 한잔 마시고 오자는 심성으로 집을 나섰다.
처음에는 전자공고가 남부대학교로 착각하고 들어가서는 수영장을 찾느라 헤맸다. 몇 분 동안 헤매고 헤매다가 다시 전화를 해보았지만 역시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나는 질세라 다시 전화를 해 본다. 마침 전화를 받는 건 또 뭘까?
수영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물으니 수영장 건물이 별도 있어 찾기 쉽다며 친절하게 알려 준다. 그래서 다시 학교 입구를 둘러보는데 아차. 내가 실수했음을 알았다. 다른 학교에 들어온 것이다. 너무 늦은 시간에 왔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지체했다.
수영장에 도착하면 1시간 후에 나와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한 시간 이면 충분하겠지 하고 마음속으로 생각하고는 30분만 하더라도 물속에서 첨벙거림이 좋았다.
여자회원을 지도하는 남자회원도 있었고, 남성회원들끼리 하는 이야기 속에 어느 여성분이 자유수영을 하는데 자세가 흠이 없고 완벽하더라 , 멋있더라, 예쁘더라 대화를 나누어 보았는데 , 경력이 20년 되었다고 하더라 라는 이야기가 내 귀에 쏙쏙 들렸다.
주차는 2시간 무료로 등록해 줬다. 다음 주는 제주여행이 예정되어 있으니 제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또 수영장에 가서 첨벙첨벙거려야겠다.
10년 전의 일이다. 새벽형 인간이 되고자 새벽 5~6시에 일어나서 수영복을 챙기고, 출근준비까지 해서 집을 나서면 오늘도 내가 나를 이겼다고 자화자찬을 하곤 했다.
수영장에선 세 골까지 찬 물의 높이에서부터 행복감을 느끼고 , 수영을 마치고 출근하면 회사에서도 기분이 매우 즐겁고 가볍고, 기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사십 대였으니 더욱 예뻤고 젊었다. 나는 제일 예뻤을 때가 20대와 40대인 듯하다. 20대였을 때는 나의 세계는 어두웠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회색빛이다. 그래서 예쁨을 마음껏 뽐내지 못했던 것 같다.
40대의 나의 세계는 파라다이스이다. 색깔로 표현하자면 주황색, 핑크색, 검은색, 흰색, 블루이다. 9개월 동안 접영까지 배웠는데 오늘 방문한 곳에 수영장에서는 자유 수영만 할 수 있는 레일이었고 기초반이라고 간판이 있는 곳이었다.
접영은 금지라고 쓰여있었다. 하지만 , 눈치껏 두어 번 첨벙거리면서 접영을 해봤다. 10년 전, 40대에 입수한 수영을 생각하면서 자유수영도 해보고 , 접영도 해보고 행복했다.
레일에서 나와서 샤워를 하고 탈의실에 들어와 보니 각자 준비해 온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엊그제 당근에서 4,000원에 팔린 드라이기가 퍼뜩 생각이 났다. 어쩜 , 수영장에 가지고 다니려고 구매자가 샀던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며칠 전에 남편이 동창회에서 Te fal 드라이기를 사은품으로 당첨되어 가지고 왔는데 , 당근에 판매 물건으로 올려놓았지만 아직 팔리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긴다. 팔리지 않았으니 수영장에 가지고 다닐까 하고 말이다. 4,000원에 팔린 드라이기가 자꾸 생각이 난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났다. 아직 수영복을 꺼내서 말릴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수영복을 꺼내서 물이 빠지 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