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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구조

by 달빛도 머무는 웃음 2023.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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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구조

 

 

뇌의 구조는 오래된 도시와 닮았다. 그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면 지하실 딸린 2층집을 생각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지하실은 뇌간이다. 척수 바로 위 대뇌 아래에 있는 뇌간은 파충류의 뇌와 비슷하다고 한다. 뇌간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생명활동을 담당한다.  

 

'위가 배가 고파진다. 땀을 흘리면 공이 마르다. 배우지 않아도 음식을 씹고 물을 마실 수 있다. 소화는 알아서 한다. 마음을 먹지 않아도  숨을 쉰다. 가시에 찔리면 아프다. 돌이 날아오면  몸을 움츠린다. ' 이런 일들은 도마뱀도 다 한다.

 

그러나 도마뱀이 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 새끼를 다정하게 껴안아 핥아주지 않는다. 먹이를 다른 도마뱀과 나누어 먹지 않는다. 뇌의 지하실에는 살아가는 데는 꼭 필요하지만 내놓고 남에게 자랑하기는 좀 곤란한 것들이 들어있다고 보면 되겠다.

 

 

뇌의 1층은 변연계 이다.

 

 

변연계는 대뇌피질 아래에서  뇌간을 둘러싸고 있다. 여기에는 방이 여럿 있다. '편도'는 감정을 조절한다. '해마'는 기억을 저장한다. '시상하부'는 호르몬 분비를 조절한다.  '기저핵'은 운동을 제어한다. 오리너구리 같은 원시 포유류 단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파충류 시절에 지은 지하실 위에 한 층을 더 올린 것이다.

 

특히 짝짓기를 할 때 맹활약을 한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뇌에서 강한 활성도를 나타낸다. 나로서는 이름과 얼굴을 구별하는 게 불가능한 걸그룹 멤버들이 춤추면서 노래할 때  텔레비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도 변연계의 활약 때문이다. 

 

뇌의 2층은 대뇌피질 이다.

 

 

교양 있는 지식인의 거실이라고 생각하면 적당할 것이다. 서가에는 세계문학 전집이나 최신 베스트셀러 교양서가 꽂혀있다. 개인용 컴퓨터와 홈시어터, 전화기, 안락한 소파, 해가 잘 드는 커다란 창이 있고 벽에는 렘브란트의 그림이 걸렸다. 실내에는 감미로운 음악이 흐르고 커피 향이 은은하게 감돈다. 

 

대뇌피질은 가장 높이 진화한 고등 포유류의 것이다. 포유류 중에도 침팬지를 비롯한 영장류가 가장 발달한 대뇌피질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은 포유류 중에서도 단연 비대한 대뇌피질을 자랑한다. 인간뇌의 무게는 약 1.4킬로그램 정도 되는데  80퍼센트가 대뇌피질이다. 

 

회백색인 피질은 대뇌를 밖에서 둘러싸고 있다. 가장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단단한 두개골의 보호를 받는다. 단어를 물건과 연관 짓고, 타인과의 관계를 형성하며, 과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미래를 전망하면서 현재의 삶을 설계하는 고도의 지적 기능을 담당하는 곳이다. 

 

무의식 속에서 오로지 욕망을 따르고 고통을 피하려고만 하는 '이드'는  뇌의 지하실과 1층을 오르내리며 산다. 양심과 이상을 추구하는 '슈퍼에고'는 2층 거실에 기거한다. '에고'는 서로 대립하면서 공존하는 '이드'와 '슈퍼에고'의 변증법적 통일이다. '이드'는 호시탐탐 '슈퍼'에고'의 통제에서 벗어날 기회를 노린다. 

 

'이드'가 탈출에 성공하면 사람은 앞뒤를 가리지 않는 욕망과 충동에 휩쓸린다. 그리고 강간, 폭행, 살인과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 '슈퍼에고'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타인과 공감하지 못하는 자폐증세가 생기거나 사이코패스가 탄생한다. 이런 현상이 어떤 이유에서 대중에게 전염되면 히틀러의 홀로코스트 , 스탈린의 대숙청, 마오쩌둥의 문화 대혁명, 크메르 루주의 킬링필드와 같은 참사가 벌어져 죽음이 강처럼 흐르고 문영이 잿더미가 된다. 

 

 

 

유시민

 

¶생물학적 견지에서 보면 문명은  인간의 대뇌피질이 만든 것이다. 문명은 대뇌피질이 변연계와 뇌간에 대한 관리 통제를 강화하는 데  성공하는 만큼 발전했다. 삶의 욕망과 규범의 충동이라는 말에도 나는 공감한다. 나는 주로 규범의 세계에서 살면서 남들한테 욕을 먹지 않을 만큼만 욕망의 세계를 넘나들었다. 

 

이러면 안 될 텐데 , 늘 자책하면서. 그렇게 산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남은 삶을 어떻게  사느냐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최선을 다해 살았다고 해서 계속 지금까지 살았던 것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니다.  내게는 매 순간 미래의 삶을 새로 설계하고 새로운 도전을 할 권리가 있다. 

 

물론 욕망을 충족하는 것보다 규범을 따르는 삶이 더 훌륭할 수 있다. 개인을 놓고 생각할 때  최고의 도덕적 이상은 이타성이라는 라인홀드 니버의 말이 옳다고도 본다. 그러나 이타성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스스로 세운 준칙에 따른 행위일 때 기쁨이 되지 않겠는가. 욕망을 억압하면서 규범을 따르는 일이 참기 어려울 만큼 어색하고 불편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진다면 욕망을 표출할 수 있는 문을 더 넓게  열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규범은 자기 자신이 기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따르면 된다. 

 

 

달빛도 머무는 웃음

 

 

¶100퍼센대트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나는 아몬드라는 책을 읽고 뇌과학에 관심이 생겼다. 대뇌변연계에 존재하는 아몬드 모양의 뇌부위가 편도체이다.  감정을 조절하고 공포, 불안에 대한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편도가 제거될 경우 공포및  불안에 대한  반응을 유발하는 상황들을 학습하지 못한다. 

 

아몬드라는 책표지의 제목만 봐서는 먹는 아몬드를 생각했다.그러나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에 관한 이야기였다.충격 그 자체였다. 너무나 모르고 살았던 나의 무지에 대한 것에도 충격이었고 편도체 역할에 대한 앎도 충격이었다. 사람에 대해서 더 넓게 이해하는 마음이 생겼다. 호기심이 발동해서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 실험실 책도 읽었다. 남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 책이다. 그동안 , 종교및 철학서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인가를 탐닉했다면 ,이제는  뇌과학 분야의 책을 읽고 뇌가 하는 역할을 알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사람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데  깨알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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