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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서-정보

똥싼 할머니

by 달빛도 머무는 웃음 2024.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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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 싼 할머니

글 - 이옥수

그림 -김병호

 

독서모임에서  닉네임 나로님이 똥 싼 할머니 이야기를 했다.  똥 싼 할머니의 주된 내용을 말하기보다는 똥 싼 할머니라는 책을 읽고 자신의 어릴 때 기억이 생생하게 나서 무척 울었단다.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어릴 적 이야기는 이렇다. 아빠랑 엄마랑 죽게 싸웠고 , 아빠가 엄마를 때렸는데 무서워서 말리지도 못하고 한쪽 구석방으로 가서 웅크리고 피해 있었다고 한다. 

 

어릴 적에는 작고 힘도 없는데 어른이 무섭게 싸웠다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았겠는가? 너무 슬프다. 못돼 먹은 어른들! 나도 어른이지만, 참 남편이랑 죽게 싸우기도 했다. 아이들이 얼마나 상처였을까 싶네요.

 

똥 싼 할머니 책 내용은 듣지 못했기 때문에 빌려와서 그제 어제 다 읽어보았다. 시골강원도에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할머니가 아들네 집으로 이사 오면서 소동이 이어진다. 

 

시골에 버려두고 와야하는 호미, 괭이, 소쿠리, 낫이며 맷돌이며 재봉틀, 항아리들 때문에 새 아파트로 이사 온  온 집안식구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그리고 이어서 치매에 걸리게 되어 똥오줌을 싼다. 기저귀를 채워주면 빼버리곤 해서 골치 아프다. 지독한 냄새하며 며느리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며느리뿐만 아니라. 시골에서 가져온 농기구들을 손녀방에 손자방에 두고 베란다에 두어서 손녀와 손자도 화가 났다. 

 

온 집안이 화병 돋은 사람처럼 되었다. 할머니가 창피스럽고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까지 든다. 어여뻤던 할머니 그리고 할머니를 젤 좋아했던 손녀가 가진 마음이다. 할머니가 미웠다가 불쌍했다가 마음을 종잡을 수가 없다.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보내기도 했다가. 하도 아들을 찾는 바람에 넘어져서 골절을 당하고 다시 서울로 와서 주간보호소를 다니면서 좋아진 모습을 본다.   

 

어릴 적 환경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닌 주어진 환경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야속함에 많이 아팠고 슬펐다. 괴로웠다. 지금 어른이 되어서 내가 내 행복을 주관할 수 있어서 좋다. 모든 것이 자유롭지 않지만 모든것이 자유스럽지 못한 것도 없으니 어른이 좋다. 

 

기억력이 쇠퇴하여지는 슬픔이 있다. 얼른 말하려고 보면 단어가 불현듯 생각이 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도대체 뭘까? 왜 그럴까?

 

티눈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안 나고, 어릴 적 추억거리를 기억해내려고 하는데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아서 말을 이을수가 없는 벙어리 아닌 벙어리가 되어 버리는 난처함이란 나이 탓일까?

 

수치심, 창피함, 아픔, 슬픔, 부끄러움, 수많은 오물거리처럼 여기는 감정들이 아직 내 안에도 있을 것이다. 몇 가지는 말하고 몇가지는 죽을 때까지 비밀로 안고  무덤에 함께 묻혀야 하는 비밀들도 있다. 

 

애도의 기술이라는 책을 읽어 보았다. 이런 것들은 잘 애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하였다. 안녕 잘 가라 나의 수치심이여 나의 창피함이여 나의 아픔이여 나의 슬픔이여 그리고 나의 부끄러웠던 잔상들이여 수많은 오물이며 똥이여 꺼져라.

 

이렇게 충분히 애도하면, 어느새 오물은 사라지고 깨끗한 이슬이 풀잎에 맺히어 영롱한 빛을 발하리라. 내 안에 영롱한 빛이 발하리라. 모든 이의 마음에 모든 오물이 사라지고 깨끗한 아침 이슬풀잎에 맺힌 아침이슬처럼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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