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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독서-정보/내가 쓰는 소설

기시감

by 달빛도 머무는 웃음 2023. 11. 6.

기시감

기시감이란 처음 보는 대상이나 처음 겪는 일을 마치 이전에 보았다는 느낌을 받는 이상한 느낌이나 환상을 말한다. 시아버지의 장례일정을 치르고 딸에게서 자주 듣던 말이다. 자꾸 기시감이 든다고 했다. 나도 살면서 기시감이 들었던 적이 많았다. 기시감이 들 때면 신기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전생을 생각해보곤 했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전생 그리고 확언할 수 없는 기시감은 꿈에서 본 것인지 실제 겪는 일은 아니었는데 마치 이전에 보았거나 겪었던 경험 같은 것이 사진처럼 한컷 찍히는 장면이 스치면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알 수 없었서 그냥 그렇다 그냥 기시감이다라고 생각하고 기시감을 떨쳐 버리거나 오래도록 회상해보기도 한다. 
 

2부

2부 도시와 그 불활 실한 벽이 그렇다. 잘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지역 조그마한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다. 꿈에서 본 베레모가 놓여있다. 고야스는 베레모를 썼고 스커트를 입었다. 자주 지켜보니 이상할 것도 없다. 
 
소에다 씨는 도서관을 돌아가게 하는 중심축이다. 도서관에서 일하면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을까? 나는 돌연 갑자기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어 진다.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다는 조건이 성립된다면 도서관에서 일하고 싶다. 
 
때가 되면 동이 트고 이윽고 햇살이 창으로 흘러드는 것처럼 하루가 지났다. 아니 벌써 아침이 지나고 반나절이 지났다. 그제야 나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마자 어젯밤 읽다가 잠이 들었던 대목으로 책을 이어 읽는다. 
 
도서관은  컴퓨터가 없다. 모든 일은 수작업으로 한다. 대출카드 도서관열람, 대출작업 그리고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인터넷 접속은 집으로 돌아와서 해야만 한다. 
 
귀찮은 회의도 없고 접대도 없고 상사도 없고 넥타이를 맬 필요도 없다.  나는 신기한 꿈이 생각났다. 정말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교회의 말씀과 형제자매님들의 간증거리를 잠을 청하면서 동시에 듣고 있었는데 간간히 말씀과 간증소리가 들렸고 나는 꿈을 꾸었던 것을 기억해 낸다.  
 
남편이 또렷하고 제법 늠름한 목소리로 간증을 했다. 꿈인 줄 몰랐다가 아침 9시쯤 남편이 사우나를 다녀오겠다며 내가 자는 방에 와서 백허그를 하는데 불현듯 내가 꿈을 꾸었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었다. 남편에게 간단하게 꿈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나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상한 희망을 품는다. 이를테면 확신 같은 것인데 꿈에 로또 당첨 1등  번호를 보여주시는 것이다. 어제는 인근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전등츄리 장식을 설치 작업 중인 것을 보았다. 
 
곧 겨울이 오고 눈이 올 것 같아 역시 눈길용 신발을 샀다. 전에 그 도시에서는 무슨 신발을 신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꿈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도 있지만 전혀 기억에 나지 않는 꿈도 있다. 
 
내가 꾼 꿈도 어느땐 현실 같고 어느 땐 꿈이었지 하고 자각하고 나면 곧잘 기억에서 사라지곤 한다. 조금 추워야 몸과 마음이 긴장되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 때쯤  고야스 씨는 따뜻한 방이 운둔처처럼 있다고 반지하방으로 나를 안내했다. 
 
반지하, 나무계단 방한쪽에 새카맣고 고풍스러운 장작난로가 놓여있다. 그 도시에서 본 난로와 똑같아서 깜짝 놀랐다. 기시감은 뭐라 확언할 수 없어서 이건 뭐지 꿈에서 보았던 건데 아니 내가 경험한 건데 어디서 본 건데 이 장면이 있었던 장면이었는데 하고 어떤 환영에 빠져들곤 한다.
 
이윽고 , 난로가 데워진 주전자에 물을 받아 위에 올렸다. 홍차를 우렸다. 홍차를 마시면서 소녀가 나에게 내준 약초차 맛을 생각해 낸다. 쓴맛이지만 내가 아는 어휘로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종류의 쓴맛 나는 눈을 감은채 그 잃어버린 도시의 환상속에  잠긴다. 
 
그 반지하 방에 혼자만의 세계에서 되도록이면 그 도시와 그 도서관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이쪽 세계에 늘 육체가 남아있지만 내 깊은 의식은 그쪽 그 도시 도서관 환영에 빠져들곤 했다. 높은 벽에 둘러싸인 도시로 나도 모르게 돌아가 있었고 단각수들의 발굽소리 서고 선반에 쌓여있는 오래된 꿈, 바늘 없는 시계탑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내 의식은 두세계 사이를 정처 없이 오가고 있다. 나도 때때로 그러하다.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사건의 현장으로 빨려 들어가고 내 눈앞에 펼쳐진 세계와 지금 현실의 두 세계사이를 정처 없이 왔다 갔다 혼미함에 빠지곤 한다. 
 
고야스가 밤중에 나를 불러냈다.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이라고 고백했고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곧 사라지며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나중에 다시 이 늦은 시간쯤에 다시 보자고 기약을 했다.
 
나는 그림자를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분리작업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의식이란 뇌의 물리적 상태를 뇌 자체가 자각하는 것인데  그림자를 잃어버린 사람은 목숨을 잃어버렸다는 사실과 같고 하지만 일시적으로 육체를 동반하여 의식세계에 놓여다는 사실이 전혀 믿기지 않는다.  이런 모든 것들이 기시감일까 나는  의식하며 생각한다. 
 
창문밖  나무숲 세계에서는 한 두어 가지 종류의 새들의 지저귐이 들어온다. 작고 가늘게 지저귀는 소리와 투박스럽게 내는 소리 그리고 짧게 짹 짹 하는 소리도 들어오곤 한다. 시끄러우면서 투박스러운 새소리는 지칠 줄 모르는지 아직까지도 지저귀고 있다. 오른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렸더니  새 한 마리가  눈시야에서 날아가더니   잽싸게  자취를 감춘다. 
 
와~~ 세떼가 날아간다. 족히 육십여 마리는 되지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 내가 닮은 점은   글을 쓸 때 방금 쓴 글처럼 육십여 마리는 되지 싶다. 여기서 싶다. 이런 식의 글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는데 많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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